공연소개

      뜨거웠던 지난여름, 버스에서 빼꼼 독립문만 겨우 내다보던 907이 남의 동네를 처음 만났

습니다. 조사한다고 연습한다고 밥 먹는다고 차 마신다고 제법 자주 동네를 드나들지만, 사실

알게 된 것은 얼마 안되고 알고 싶은 것만 늘어갑니다. 할머니, 할아버지 도슨트 선생님들을

만나고, 마을해설사 선생님을 만나고, 유진순 선생님과 김신빈 선생님을 만나고, 임향순 선생님과

김희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. 뵙고서도 돌아가는 골목에 한참 서서 저희끼리 또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.

      "우리는 선생님들의 나이 즈음에,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나이 즈음에 지난 것들과 .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지금의 것들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?" 

     한 곳에 산다는 것, 친구를 사귀는 것, 떠나지 않는다는 것, 누군가의 곁에 머무는 것, 오랜 친구를 사귀는 것, 산다는 것. 이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어떤 건물이나 길이 아니었습니다. 건물이 터가 되고, 길이 새로 깔리는 한참 동안에 떠나온, 떠난 적 없는, 떠나올 사람들이 있습니다. 그때, 어느 때, 때 때 때, 박물관과 골목에 흔적 남은 먼저 산 선생님의 선생님의 선생님들처럼, 박진감 넘치게, 온갖 일을 다 겪으며, 별일 아니라는 듯 삶과 사람을 사랑한, 노래하듯, 슴슴한 시를 짓듯 살아온, 사는,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.